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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Music] The Natural





Natural(+) 2집의 분위기는 익숙한 발라드로 어쩌면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소소한 가사가 멜로디와 잘 어울려 묘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마치 하나의 사랑이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져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처음부터 전체의 곡을 귀 기울여 들었던 것은 아니다. 

한 번에 마음에 닿은 곡, 어느 날 좋아하게 된 곡도 있다. 

그렇게 특별한 순서도 없이 한 곡씩 좋아하게 되었다.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아 수록곡을 줄 세운 후로는 의미있는 음반으로 남아, 

이제는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는 곡들마저도 이따금 찾아 듣곤 한다.  


① 바보 같은  나 (Feat. 성시경)

2002년 4월, 발매 당시 음반에서 듣자마자 잊을 수 없던 곡이다.

내 마음과 같은 가사를 입은 멜로디와 성시경씨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렸다. 

포스트잇에 가사를  적어서 지갑에 넣고 다닐 정도였으니,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혼자 단정짓고 우울하던 그 때의 나.  

윤상의 '어떤 사람A'와 함께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게 했던 곡이다. 


② 너에게 다가가기 (Feat. 우형윤)

한참이나 울렁이는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문득 오글거리는 노래가 다가왔다. 

우형운씨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유치하고 직설적인 가사에 딱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용기를 내보자고 마음을 먹다가 움츠러들기도 하고, 끝없이 요동치는 날들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샘솟는 희망에 마음이 설레던 하루하루. 


③ 난 모르죠 (Feat. 금석균)

나의 선택이 과연 잘한 일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시절 들려온 곡. 

기다렸다면 놓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다가도

어차피 마지막은 지금과 같았을 테니까 잘 했다 싶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아무일 없는 것처럼 굴었다. 


④ 사랑하길 잘 한거죠 (Feat. 양해중, 경미)

포기하는 마음으로 건넨 말이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왔고,

2집이 발매되었던 당시에는 전혀 즐겁게 들을 수 없던 노래를 한껏 즐기게 되었다.

복잡한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지고, 뭉게구름 위에 앉아 두둥실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사랑을 노래하는 식상한 듀엣곡을 웃으며 듣는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했다. 


⑤ 보내는 마음 (Feat. 양해중)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지만 끝을 맺는 게 맞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던 곡.

'보내는 나의 마음 헤아려 잊어 주기를 그런 여린 마음으로만 살지 않기를'


⑥ 잘 있니 (Feat. 양해중)

너를 모르던 시절처럼 지내다가도 문득 멈춰서 멍해지곤 했다.

늦은 밤 귀가길에 버스에서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 보면

집 앞에서 혹시나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기뻐할 수만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두근거렸다.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어둠 뿐임을 느끼며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나를 잊지 말아요 (열여덟 스물아홉 OST 中)

2005년에 방영된 TV드라마 '열어덟 스물아홉' OST에서 듣게 된 노래. 

2집과 달리 해당 드라마에서는 유희열이 부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은 좋아해도 노래는 싫어해서 당시에는 대충 들었던 곡이다.

드라마의 장면과 지난 일들이 겹쳐져 한참동안 먹먹해졌다. 

그래도 이제는 지난 날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⑧ 모든 사랑도 아픔도 (Feat. 금석균, 우형윤, 양해중, 이소은)

지금보다 더 나쁠 수 없으니 좋은 일이 다가올 차례다.

작고 연약한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고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음악이 귀에 감기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있었다. 


그렇게 2집에는 한 사람이 다가와서 떠나가는 과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조그맣게 자리잡은 마음이 점점 커져 달아오르다가 차갑게 식는다. 

언젠가는 슬픔도, 원망도, 그리움도 지나가고 또 다시 희망이 찾아온다.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며 너그러워지는 우리.  


이렇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음악을 만들었을테고, 그 음악은 또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세상에 뿌려진 음악의 단 1%도 듣지 못한 채 삶이 끝나겠지만, 

이따금 시름을 달랠 수 있게 좋은 곡을 만들어주는 장인들이 참 고맙다. 

그래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한파를 맞은 음악산업이 더욱 걱정되기도 한다.